서평-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1편

#1
20대 시절, 감기에 자주 걸렸었다.
어느 방송에서 보고 난 이후로, 감기에 걸리면 내과가 아닌 이비인후과를 가는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병원을 다녔다.
콧물이나 가래등으로 막힌 코를 뚫고, 내용물이 뭔지 모를 엉덩이 주사를 한대 맞는다. 주사실을 나오면, 기관지에 좋다고 하는 가습기처럼 수증기가 나오는 호스를 입과 코에 대고 1분 정도 치료(?)를 받는다.
치료가 끝난 후에는 처방전을 받고, 해당건물 1층에 있는 약국으로 가서 약을 탄다. 보통은 3~5일 정도치의 약을 타가는데, 1회분 알약의 개수가 6~8개 정도 된다.

의심은 없다.
의사선생님이 알아서 어련히 처방해주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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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1년 엄마가 자궁경부암 1B 기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수술일정이 잡혔다. 자궁경부암 수술은 해당 종양은 물론이고, 골반 속에 있는 림프절까지 절제를 한다고 설명을 했다.
의사 말로는 림프절을 통해서 암세포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왜 의사 선생님이 알아서 어련히 잘 해주실테니까.

수술이 끝났다.
성공적 이라는 표현을 어디에 쓰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울엄마 말고도 수술을 받는 여러 환자가 하나의 게이트를 통해 드나들었다. 어떤 환자는 끝내 사망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8시간에 걸친 수술시간 내내 이어졌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마취에서 이제 막 깨어나서 비몽사몽인 엄마를 봤다. 살아있는 모습만으로도 감사했고, 그 순간 의사선생님은 신과 같았다. 눈물을 흘리면서 폴더폰처럼 수차례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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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은 감기에 걸렸을 때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한움큼의 약이 큰 효과를 보는 것 같지도 않다.
바이러스성 감기와 세균에 작용하는 항생제는 남용하면 안된다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자제를 요청했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언젠가부터 감기약을 처방할 때 항생제는 기본 옵션이다.
처방전을 건네고 약을 탈 때 약국에서 항상 이런 말을 들었다. 
"항생제가 들어가 있어서 약값이 좀 더 비쌉니다."

보통 병원이 있는 건물의 1층에는 약국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약을 많이 처방해줘야 약국이 돈을 많이 번다.
한 양심적인 의사가 항생제의 오남용을 위해, 그리고 과잉진료를 하지 않기로 하고, 약을 적게 처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료를 시작한지 몇시간도 안 지나, 1층 약국에서 병원으로 올라와서 따지더란다.
왜 약을 적게 처방하냐고.. 코미디가 따로 없다.

몇 번 의사랑 말다툼을 했었다.
진료를 받을 때, 항생제는 넣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랬더니 의사가 정색을 하면서 내게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했다.
뉴스에서도 그렇고, 보건복지부에서도 감기에 있어서는 항생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하길래 라고 했다. 아울러 바이러스성인 감기와 세균에 작용하는 항생제는 조금 분리해서 처방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내가 묻자 의사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짜증을 내면서 항생제를 빼주었다.
(세균성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항생제를 처방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세균성 감염이 일어나지 않아도 의례 항생제를 처방하는 곳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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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궁경부암 절제 수술을 받은 후 엄마는 소변을 자신의 의지대로 보지 못한다. 스스로 배뇨를 할 수 없고, 엄마의 말로는 아랫배를 힘껏 눌러서 우리가 치약을 짜내는 것처럼 해야 소변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림프절을 절제할 때 방광 쪽의 신경도 함께 끊어진다고 의사가 설명하는 걸 들었었다. 그 때문이다.

담당의는 수술이 끝난 후 수술 결과에 대해 우리 가족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수술이 잘(?) 되어서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는 필요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때만 해도 의사선생님은 우리 가족에게 은인이었다. 며칠 뒤에 담당의가 우리 가족을 다시 찾아왔다.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따져물었다.
왜 그러냐고? 며칠 전에 분명히 필요없다고 하지 않았냐고?
의사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21살의 남자가 따박따박 따지는 말에 의사는 정확한 답을 주지 못했고,
나는 엄마를 대신해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간병을 위해 낸 휴가가 끝나는 보름 뒤에 군대에 다시 복귀할 때까지
의사는 일절 항암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나는 군대에 복귀했다.
복귀하는 길에 들른 서점에서 곤도마코토 씨의 #암과싸우지마라 라는 책이 눈에 띄어 구입했다. 복귀한 날 책을 다 읽었다.
일본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병원에서 암치료를 받는 엄마의 상황과 유사한 일들이 책속에 많이 소개되어있었다. 
그때부터 결심했다.
나는 의학을 모른다. 몇년씩 전문적으로 공부한 의사들이랑 상대가 되겠는가? 그래도 물어보겠다. 납득이 가면 그때 치료든 뭐든 결정하겠다 라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항암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의사가 와서 설득을 했다고 한다.
엄마는 심신이 너무 약해져 있는 상태라,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따라가고자 했다.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여러 말을 주고 받았지만, 제일 중요한 한마디는 이거다.
"엄마가 항암치료 받으면, 나 탈영해서 병원 찾아가서 의사랑 싸울거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탈영을 하겠다고 하니, 엄마는 깜짝 놀라셨다.
결국은 항암치료는 없던 일이 되었고, 퇴원할 때까지 엄마는 의사에게서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항암치료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효과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암치료에 대해서 무섭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게다가 생사를 결결정할 수도 있는 의사가 권하는 부분이다보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가끔 환자들이 이야기합니다.
나는 항암치료 받으니까 머리카락이 다 빠졌어,
나는 항암치료 받아도 머리도 안빠지고 속도 괜찮았어.
나는 속이 메스꺼웠어.

등등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의사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 환자들은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사람에 따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 걸로 인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을 가진 항암제가 있구요.
속이 메스꺼워서 계속 구토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가진 항암제가 있는 겁니다.
비교적 부작용이 약한 항암제도 있구요.

이런 항암제를 하나만 쓰지 않습니다.
보통은 강력한 항암(?)효과를 위해 2~3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함께 사용합니다. 그래서 더욱 부작용이 심한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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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책 이야기.

#의사에게살해당하지않는47가지방법

나는 어떤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모든 내용을 받아들이진 않을때가 더 많다. 책 1권을 읽고, 그 안에서 1~2가지의 깨우침만 얻어도 무척 만족하는 편이다. 이 책속에 소개된 내용도 그러하다. 모두 진실이고 맞는지는 일반인인 내가 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 있다.
내 생명과 관련된 일의 최종결정은 내가 한다 는 것.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내가 원하지도 않는 연명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
-암치료를 위해 종양 절제술을 하고, 마치 코스요리처럼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받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의심부터 하라는 건 아니지만,
무조건 의사를 신뢰하고, 인사를 잘한다고 치료를 더 잘해주는 건 아니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질문을 하고 답을 들어야 한다. 의사는 그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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