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정리-주방수납장 정리

주방 싱크대 옆에 공간이 있다.

원래 냉장고를 위한 공간이다.
우리가 가진 냉장고가 들어가기에는 비좁아서 수납장을 하나 놓고 거기에 책을 올려놨었다.

처음엔 책만 올려뒀다.
1년이 넘어가기 시작하자 각종 물건이 쌓이기 시작한다.
화장품과 헤어드라이기, 그 밖에 잡다한 물건들이 수납장의 빈틈에 올려지고 구석구석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보기엔 별로였지만,
나랑 아내가 생활하는데는 편했다.
하지만 보기엔 별로였다.

최근 작은 방에 있는 마술강의와 관련된 짐들을 모두 빼면서 수납장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어제 저녁 주방 쪽 수납장에 있는 책을 모두 빼서 작은 방에 옮겼다. 작은 방은 아주 단순하게 책상과 수납장과 책만으로 채우기로 했다.

그 덕분인지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주방 옆 공간이 소소한 카페로 변신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 시작한 이 일로 아내랑 나랑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일정한 크기로 나눠져있던 수납장 높이를 조정했다.
싱크대 한쪽 구석에 어정쩡하게 위치하고 있던 캡슐커피 머신을 옮겼다.
컵 걸이를 하나 옆에 놓고, 캡슐커피 5통은 그 윗 선반에 끼우니 딱 맞다. 그 밑으로는 녹차와 우롱차 등 즐겨마시는 차들을 배치했다.
특별히 신경써서 예쁘게 배치하지 않아도 멋스럽다.
주방 싱크대 쪽에 있던 물건과, 아일랜드 식탁 위에 어지럽게 올려진 여러 짐들이 정리가 되었다.

다음부터는 정리하기 전에 다 사진을 먼저 찍어놔야지.
어정쩡하게 정리하고 나니 이 수납장 사진 밖에 올릴 게 없다.

확실히 물건마다 자기한테 어울리는 자리가 있나보다.
수납장은 자신이 가진 한계보다 많은 책들로 인해 나무판 중간이 아주 살짝 휘어져있었고, 그게 보기 거슬렸던지 우리는 이사를 가면 이 수납장도 버리고 가자고 했었다. 커피와 차 용품들로 채워진 수납장을 보니 썩 잘 어울려서 이사를 갈 때도 아마 들고 가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무엇보다도 좋은 건 공간에 여유가 생겨서 좋다.
물건들이 꽉꽉 차있던 건 생각 못하고,
19평 아파트라서 너무 비좁다고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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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단순하게살기로했다 를 쓴 #사사키후미오

"우리가 넓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물건들을 넓은 곳에서 살게 해 주고 싶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물건의 집세까지 내지 말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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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물건을 조금씩 조금씩 줄여나가면

아마 지금은 무척 좁다고 느껴지는 이 집도 안락하고 예쁜 공간으로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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