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으로 떠난 유럽여행-5편-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위로받는다.

입국심사관에서 호되게 당한 후에 둘다 도망치듯 공항을 빠져나왔다

아내도 나도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나는 그저 마술이 직업이라고 솔직하게 밝혔을 뿐인데... 

비즈니스맨이라고 대답하지 않은 걸 무진장 후회했다..

 

전철을 타고 멜리카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둘다 말이 없었다.

정말 그냥 푹 쉬고 싶었다. 공항에서 나온 후 긴장이 점점 풀려가자 비행기에서 쌓인 피로가 뒤늦게 몰려왔다.

정신도 못차리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내가 화장실이 급한 모양이다. 

유럽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드물다.

공항에서도 화가 나고 무섭기도 한 마음에 빨리 나오느라 미처 화장실을 다녀오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아직 우리는 1시간 넘게 전철을 타고 가야 한다.

호스트인 멜리카의 집은 3 존에 있었다.

여담이지만, 

참고로 영국을 여행삼아 잠시 갈 거라면 1~2존 내에서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교통비도 비싼 편이고, 2존을 넘어가면 오가는데 시간을 다 쓸지도 모른다.

 

3존으로 가는 도중 중간에 내려서 화장실을 가려고 시도했으나 실패.

결국 아내가 겨우겨우 참고 참아서 목적지인 EASTHAM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려 역무원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을 물었다.

역시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없었다. 

게다가 시간이 늦어서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아서 돈을 내고서라도 이용할만한 화장실도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그 짧은 순간에나마 우리를 위해 고민하고 귀찮아하지 않아하는 역무원의 모습이었다.

앞서 처음 맞닥뜨린 빌어먹을 입국심사관에 비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아내가 조금 더 참을 수 있다고 해서 역을 나서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옆에 계신 여성 한 분에게 잘 안되는 영어로 

우리가 갈 지역과 버스에 대해서 물어봤다.

모르신다. 근데 잠깐 기다려보란다.

그 여성분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와 무슨 버스를 타야 하는지를 찾아보신다.

언뜻 보기에도 스마트폰 사용이 무척 서투신 분인데, 

물어본 내가 더욱 미안해질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찾아보고 계신다.

결국 10여분 이상 뒤적거린 후에 겨우 찾아내셔서 기쁜 얼굴로 우리에게 안내를 해주셨다.

몇 번을 타야 하고 어디서 내려야 하고, 

정류장은 어디인지 등등(영국의 경우 버스 서는게 한국과 좀 달라서 정류장이 여러개다.)

 


이 기분은 뭐지.. 영국 사람들이 우리를 놀리나..?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 


겨우겨우 우리의 첫 카우치서핑 숙소에 도착을 했다.

이미 시간은 PM 11:00 을 넘어가고 있었다.

멜리카에게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아이작에게 너무 미안했다.

조심스레 문을 살짝 두드렸다.

 

멜리카는 둘째 아기를 임신중이라 먼저 잠들어있었고, 그녀의 남편인 아이작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는 우리에게 여유롭고 편안한 미소를 보여주며 환영해줬다.

우리가 지낼 곳을 알려주고, 화장실 등을 이용하는 것과 이 집의 대략의 규칙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찬 바람에 한참을 시달리다가 들어온 탓인지는 몰라도,

멜리카와 아이작의 집이 너무 포근하게 느껴졌다..

 

입국심사관 때문에 무섭기만 하고 싫어졌던 영국이

역무원과 버스정류장에서 우리를 도와준 아주머니

그리고 멜리카와 아이작이 녹여주었다.

 

Thank you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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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서핑 팁! 

유럽에서의 카우치서핑은 대개가 Private  room을 빌려주기보다는

Living room 을 내어주는 형태가 많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거실인데, 

대체로 베개와 이불 등은 준비를 해주는 편이지만, 아주 가끔씩은 침낭 등을 가져오라고 안내하는 집주인도 있어요.


그에 반해 한국에서 제가 경험한 카우치서핑은 대부분 자녀분의 방이라거나 아니면 여유방을 하나 가지고 호스팅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찌 보면 카우치서핑이 뒤늦게 알려진 한국이 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하기에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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