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으로 떠난 유럽여행-2편-호스팅을 시작하다.


때는 2014년 5월이었다.

여행을 언제 출발하는게 좋을까?

 

이런 저런 고민 끝에 2015년 3월에 출발하기로 했다.

당장 하고 있는 5개 학교의 강의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여행경비를 좀 모아야 한다.

남은 시간은 10개월.

 

당시에 우리 모두 일을 하고 있었지만, 매달 모을 수 있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았다.

처음엔 1년을 생각했지만, 비용 및 기타 여러가지 이유를 고려해서 3개월 정도로 기간을 줄였다.

3개월을 다녀오고 경비가 남고, 또 마음이 끌리면 다시 다른 곳으로 가보기로 정했다.

 

자, 이제 돈을 모으면서 천천히 준비하면 된다.

가자. 가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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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발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은 돈을 모을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간중간에 예상치 못한 지출등이 일어나기도 하는 기간이 된다.

 

정말 누군가 우리의 여행을 방해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돈이 들어가는 일이 많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돈이 모이지 않았다.

 



음 어쩌지..

아내는 꼭 여행을 가야 하겠냐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 외에도 내겐 여행을 꼭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마술 강의. 즉 마술과 관계된 일을 8년여간 해왔는데, 중간에 단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엔 그저 좋아서 내가 선택하고 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른 일을 선택할 용기가 없어서 마술강의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번은 마술강의에서 손을 떼어보고 싶었다. 단 1년만이라도 마술강의를 쉬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행을 무조건 가야 한다. 아니, 가고 싶다.

 

 

 




아내를 다시 설득했다.

여행경비가 적게 모여도 여행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때 도서관에 가서 여행서적을 뒤지던 내 눈에 이 책이 들어왔다.


 


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하기



카우치서핑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현지인의 집에서 허락을 얻어 며칠 정도를 머무르는 여행이다.

돈이 오가진 않기 때문에 무료 라는 인식도 있지만, 작은 기념품이라거나 감사 인사 등을 담아서 편지를 쓴다거나, 혹은 우리 부부처럼 한국요리를 대접하고, 마술쇼를 보여주는 등의 나눔으로 숙박료를 대신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좀 더 넓은 생각으로는 한국에 사는 우리 집 근처를 여행하는 친구들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고, 나도 다른 곳에 여행 가서 비슷한 형태로 신세를 지는 것.

 

이게 바로 카우치서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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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서핑에 대해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에만 해도 저 책과 다른 여행서적에서 잠시 언급된 정도였기에 

정보가 더 필요했다.

 

그렇게 모아진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해당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나의 프로필을 작성해서 채웠다.

 

카우치서핑으로 여행을 하려면 레퍼런스 라는 걸 받아둬야 한다.

 

레퍼런스 라는 건 쉽게 말해 후기다.

이 사람은 어떤 어떤 사람이다 라는 걸 알려주는 글인데,

카우치서퍼(여행을 하는 사람)이나 호스트(현지의 숙소주인)들이 서로에게 남길 수 있는 글이다.

 

카우치서핑을 경험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부분은 한국에서 미리 호스팅을 해보라는 것.

호스팅을 통해서 레퍼런스도 받을 수 있고, 어떻게 카우치서핑을 하는 것이 좋은지 배워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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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도시인 부산을 여행하는 친구들을 먼저 찾아봤다.

그 중 몇몇 친구들을 초대했다.

첫번째 영국 친구 션을 시작으로 총 9명의 카우치서퍼를 초대해서 호스팅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호스트였던 나 떄문에 불닭볶음면을 먹어야 했던 영국에서 온 션



세계일주를 20개월째 하고 있던 프랑스에서 온 기욤.

이 친구 덕분에 블라블라카와 메가버스 등을 알게 되어서 유럽여행을 할 때 무척 큰 도움을 받았다.

 


한국말을 무척 잘하던 독일에서 온 기로.

한국에서의 몇년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여행가기 전 부산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무척 짧은 단 하루의 시간이었지만,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도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는다. 



중국에서 온 래리.

래리를 통해서 중국인들에 대한 편견? 선입견 같은 걸 많이 깼다.

무척 예의 바르고, 여행자로서 친구로서 좋은 친구였던 래리.



홍콩에서 온 릴리

바쁜 직장 생활 중에 휴가를 내서 부산을 찾았던 릴리.

우리집에 와서 지낸 4일 동안 무척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친구.

햇살이 비치는 베란다 쪽 쇼파에 앉아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글을 쓰고, 우리에게 화분을 선물했던 여동생 같았던 릴리.

남겨놓고 간 메모에 나보고는 오빠 아내에게는 언니 라는 글을 장난스레 써놨던. ^^

 


스페인에서 온 다니엘은 한국에서도 무전여행을 이어갔다.

카우치서핑 뿐만 아니라 히치하이킹으로 강원도 속초에서 부산까지 6시간 만에 도착을 했다. 대단한 친구.

우리에게 요리도 대접해줬던 ㅎㅎ

 


이렇게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이렇게 호스팅을 한 덕분에 Positive reference를 10개를 받았다.

 

음. 근데 아직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대로 여행을 가도 되는걸까?

 

지금 우리가 한 건 정확히 따지면 호스팅이지 카우치서핑은 아니다.

카우치서핑도 경험해보고 싶은데.. 음..

 

한국에서 먼저 시도해볼까? 그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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